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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서 하루의 움직임을 시작해봅니다

평면도를 볼 때 저는 방의 크기만큼 사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현관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장을 보고 돌아왔다고 가정하면 신발을 벗고 무거운 물건을 주방까지 옮기게 됩니다. 이 길이 단순하면 정리가 편하지만 거실을 크게 돌아가거나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한다면 작은 번거로움이 계속 쌓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침실에서 욕실을 거쳐 옷을 챙기고 현관으로 나가는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가족이 함께 산다면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에 움직였을 때 한곳에서 계속 마주치는지도 생각합니다. 도면에서는 몇 걸음 차이로 보이지만 실제 집에서는 같은 행동을 수년간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넓어 보이는 평면보다 일상의 움직임을 넣었을 때 별다른 걸림 없이 연결되는 구성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평면을 검토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사람이 움직이는 장면입니다. 현관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주방으로 가는 길, 씻고 침실로 가는 길처럼 평범한 행동을 넣어보면 도면의 장단점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보기 좋은 평면보다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해도 불편하지 않은 평면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가구를 놓은 뒤 남는 공간이 중요합니다

빈 방의 치수만 보면 충분해 보여도 침대와 협탁, 수납장을 넣으면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거실도 소파와 식탁이 들어오는 순간 실제 사용 모습이 달라집니다. 특히 식탁은 의자를 넣어둔 상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앉으려면 의자를 뒤로 빼야 하고 그 뒤로 다른 사람이 지나갈 자리까지 필요합니다. 평면을 검토할 때 문이 열리는 방향을 함께 보는 이유도 같습니다. 방문과 붙박이장 문이 서로 겹치거나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통로를 막는 구조는 도면을 대충 보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저는 가구의 정확한 제품까지 정하지 않았더라도 대략적인 크기를 넣어보는 편을 권합니다. 방의 면적보다 가구를 놓고 난 뒤 남는 여유가 실제 생활의 편리함을 더 잘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도면을 볼 때도 가구가 없는 빈 공간만으로 넓이를 판단하면 착시가 생기기 쉽다고 느낍니다. 침대와 소파처럼 큰 가구를 먼저 넣고 남는 폭을 보는 습관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집을 고를 때도 현재 사용하는 가구 치수를 몇 개만 알고 가면 막연한 '넓다'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같은 면적도 연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용면적이 같다고 해서 체감되는 넓이와 편리함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각 장소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했는지에 따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복도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침실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영역을 나누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지만 목적 없이 길어지면 머무르거나 수납하기 어려운 면적이 늘어납니다. 저는 방 하나의 크기만 떼어 보기보다 거실과 주방, 침실과 욕실처럼 서로 연결되는 관계를 함께 확인합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사적인 공간이 바로 노출되는지도 살펴볼 만합니다. 벽지나 가구는 살면서 바꿀 수 있지만 방의 위치와 벽, 문의 관계는 쉽게 손대기 어렵습니다. 집을 고를 때 눈에 잘 띄는 마감재보다 기본 구조를 먼저 보는 이유입니다. 좋은 평면은 특별한 모양보다 자신의 하루를 대입했을 때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평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은 평면이라고 느끼는 집은 각 방이 크기만 한 집이 아니라 공간 사이의 이동이 자연스러운 집입니다. 복도가 조금 짧고 문 하나의 위치가 적절한 것만으로도 체감 면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평수라면 숫자로 표시된 방 크기보다 버려지는 이동 공간이 얼마나 적은지를 먼저 비교해보는 편입니다.

평면을 판단할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은 숫자가 좋다는 이유로 생활의 불편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방이 몇 제곱미터인지보다 문을 열고 가구를 놓은 뒤에도 사람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집을 다시 고른다면 저는 평면도에 자주 걷는 길을 직접 그려보고, 그 선이 가구나 문과 자주 부딪히는 집은 우선순위를 낮출 것 같습니다. 또한 실제 방문에서는 평면도와 현장을 번갈아 보며 도면에서 예상한 폭과 몸으로 느껴지는 폭이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차이를 기록해두면 여러 집을 비교할 때 판단이 훨씬 선명해집니다.